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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국가고시가 코앞인데 취업 걱정 때문에 집중이 되질 않습니다."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수도권 소재 간호대학에 재학 중인 4학년 김 모 씨는 (간호사) 국가고시를 합격해도 면접하러 갈 병원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공의 이탈로 수술과 입원 건수가 급감했고, 대학병원들이 비상경영 체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보건의료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올해 졸업예정인 간호대학 4학년 학생들은 오는 24일 간호사 국가고시를 치른다. 만일 이들이 대학병원에 지원을 했다면, 다음 달 20일 국가고시 합격 여부에 따라 면접 전형을 치른 후 대학병원에 입사하게 된다.
그러나 간호대 학생과 간호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취업난'을 호소하는 글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 소재 간호대를 졸업한 A씨는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공고는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빅5 병원 중 한 곳은 서류 전형의 토익 점수 통과 기준이 925점까지 올라가, 면접 볼 기회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방 소재 간호대학에 재학 중인 B 씨는 "대다수의 신규 간호사 채용은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졸업을 하게 되면 지원을 할 수 있는 병원 수가 줄어들게 된다"며 "올해는 휴학을 하고, 의료계가 아닌 사기업에서 인턴 등을 하면서 보낼 예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한국간호대학장협의회가 19개 간호대학을 상대로 진행한 '간호대학 졸업생 취업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졸업하는 간호대 졸업생의 취업률은 약 34%(졸업생 1707명 중 578명)에 그쳤다. 이는 2024년 79.1%, 2023년 81.9%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이미 대학병원 취업에 성공한 간호사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수개월에 그쳤던 입사대기 기간이 최근엔 무한정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은 올해 채용공고에서 '최종합격발표일로부터 2년까지 발령대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병원의 필요에 따라 1년의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가 전국 상급종합병원 4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사 채용 실태 조사 결과, 지난 2023년 상급종합병원에 채용됐지만 발령받지 못한 채 대기 중인 신규 간호사는 63%였다.
문제는 대기 상태에 있는 간호사들은 취업이 확정됐지만, 병원에서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태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간호사들은 병원 취업 대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거나, 미국 간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등 다른 진로를 찾고 있다.
빅5 대학병원에 합격한 간호사 김 모 씨는 "병원에서는 6월부터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해가 넘어간 지금까지도 (저를) 부르지 않고 있다. 언제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봐도 답이 없다"며 "요양병원 나이트킵(야간에만 근무하는 직군)에 지원했지만 그마저도 경쟁이 치열해서 떨어졌다"고 했다.
간호사 이 모 씨도 "갑자기 출근하라고 연락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규직을 구할 수도 없다. (합격 통지를 받았지만, 출근은 못하고 있는) 간호사들은 쿠팡 알바, 편의점 야간 알바, 단순노동 등 비정규직을 구할 수밖에 없다"며 "지방에 거주하는 친구들은 곧 병원에 출근할 수 있을 줄 알고 병원 근처에 월세방을 구했다가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간호계는 1년에 1~2번 대규모로 간호사를 채용하는 시스템을 개선하고, 지방병원 등에도 간호사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 취업난 문제는 현장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를 높이고 근무 환경을 열악하게 한다"면서 "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안전에도 문제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 학장은 "신규 간호사를 채용할 때 한 번에 수백 명을 뽑는 것이 아닌 수요와 공급을 체계적으로 계산해 상시 채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간호사가 지역 상관없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정주 여건, 처우 등을 지자체와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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