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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타 김 천경자재단 이사장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세계일보 사택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천경자 화백(1924∼2015)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천 화백의 둘째딸인 김 이사장은 워싱턴에서 어머니의 이름을 딴 재단을 발족했다.
수미타 김 천경자재단 이사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세계일보 사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미국 워싱
판교 아파트 전세 턴에 ‘국립 여성 예술가 박물관’이 있다. 미술사에서 흔히 남성 작가에 비해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동시대 여성 작가전을 개최하면서 여성의 관점으로 미술을 해석하는 곳이다.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에 위치한 몽고메리칼리지 미술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평소 박물관을 방문할 때면 어머니의 작품이 프리다 칼로, 메리 카사트 등 세계적인 여성
기금수탁은행 작가들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 있는 미술관과 협력해 천 화백의 교류전을 개최하고 싶어 박물관 관계자를 만났는데, 영문 도록(圖錄)이 없어 한글 도록을 들고 갔다.
한 번은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고 천 화백을 알고 싶어 했던 스미스소니언 재단의 폴 테일러 큐레이터가 김 이
6개월이내 사장에게 물었다. “천 화백이 한국에서 유명한 작가라고 들었는데, 왜 영문으로 된 자료 하나가 없냐”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김 이사장은 “지금이라도 어머니의 이름으로 된 재단을 만들고 세계에 어머니의 문화적 유산을 알리자”고 마음을 먹었다.
김 이사장은 재단 발족 후 첫 활동으로 스스로 총감독을 맡아 천 화백의 고향인 전남
4월6일방송 고흥에서 특별전을 개최하고 최근 미국에 돌아왔다. 어머니의 고향에서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두 번째로는 28일, 탄생 100주년인 올해가 가기 전 버지니아 매클레인에선 제1회 천경자예술상 시상식과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시상식을 계기로 천 화백의 첫 영문 도록도 만들 계획이다. 천 화백의 영문 홈페이지
주택청약부금 도 만들었다. 제1회 천경자예술상의 수상자로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문지하 작가가 선정됐다.
김 이사장이 전해 준 천 화백은 여성의 활동이 제약을 받던 시기에 누구보다 강한 의지와 성취욕으로 이를 극복한 사람이었다. 네 아이의 어머니인 천 화백은 아이를 낳을 때마다 머릿속에 그림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며 빨리 일어나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바심을 내곤 했다. 고흥 전시의 대표작 중 하나인 1955년작 ‘정’은 천 화백이 김 이사장을 낳은 뒤 단칸방에서 갓난아기였던 김 이사장을 포함해 세 아이, 본인의 어머니까지 3대가 함께 살면서 그린 그림이다. 갑자기 집주인이 집이 팔렸으니 나가라고 했다. 그 순간에도 천 화백은 미협전 출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고, 김 이사장에게 젖을 먹이면서 단칸방에서 그린 그림이 ‘정’이다. 쓸쓸해 보이지만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한 여성이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있는 이 그림은 그해 제7회 미협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전남여고 재학 시절엔 집안이 유학을 반대하고 일본인 남자 선생은 뺨을 때리면서까지 원서를 써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결국 일본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현 도쿄여자미술대학)로 유학을 갔다.
김 이사장은 “천경자는 깃발을 들고 페미니즘을 외친 작가는 아니지만, 용기 있는 삶과 독창성으로 페미니즘을 실천한 사람으로 평가의 각도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점이 천 화백의 그림이 세대와 공간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작품 활동을 하는 화가인 김 이사장은 “예전엔 천경자 딸로 불리는 것이 싫었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그늘에 갇히는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는 “이제서야 제가 엄마가 될 수도 없고, 엄마가 나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찾은 것 같다”며 어머니를 기리는 재단을 시작할 용기를 낸 것도 이 때문이라 전했다.
워싱턴=글·사진 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