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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의 기쁨이 교회 담을 넘고 있다. 낮은 자를 위해 낮은 곳에 임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마 25:40)이란 말씀을 따라 한국교회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취약계층을 위한 생필품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성탄 트리로 시민들을 위한 이른바 ‘핫플’(인기명소)을 만들어낸 교회들도 적지 않다. 교회 안에 갇힌 유흥을 뛰어넘어 성탄의 의미를 곱씹는 교인들의 이웃 사랑은 카드비교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덥히고 있었다.


낮은 곳 줄 잇는 성탄 나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성탄 예배조차 제한됐던 2020년,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김다위 목사)는 성남과 서울 송파구 일대 소외된 이웃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전하는 ‘교회 밖 성탄절’로 움츠러든 성탄 사역을 재개했다.

나눔 사역은 교회 인근에 사는 어려운 이웃들이 성탄절에 받고 싶어하는 선물을 사전 조사한 뒤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교인들은 각자 이웃이 요청한 선물을 준비하고 손수 쓴 성탄 카드와 함께 사연 가정을 찾는다. 방문이 어려운 경우엔 복지관을 통해 선물을 전달 텔레마케팅 한다. 교회는 올해에도 어려운 가정 420곳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배달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시작한 올해 사역은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진행된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드림트리 사연 카드를 하나씩 들고 있는 교회학교 아이들. 거룩한빛광성교회 제공
수원 통합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도 이달 초 비슷한 사역을 진행했다. 교회는 지난 8일까지 본당 앞에 ‘드림트리’를 설치해 소외계층과 성탄 선물을 나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 ‘드리는’ 나무라는 뜻의 드림트리엔 어려운 교인들을 비롯해 보육원 탈북민 장애인 등 150여명의 사연이 열매처럼 걸렸다. 교인 인천신용보증재단이사장 들은 사연을 읽은 뒤 대상자를 선정, 사연자에게 필요한 선물을 교회 이름으로 보냈다.
나눔의 빛으로 낮은 곳에 성탄의 불을 밝히는 교회들은 더 있다.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는 이달 성탄 축제를 이웃들과 함께하는 나눔 행사로 준비했다. 교회는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교인들이 십시일반 모은 헌혈증 전부를 한국소아암재단에 기부하기로 했고, 취약계층을 비롯해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아파트경비원을 위한 성탄 선물도 이달 중 전달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이 교회 집사·장로들은 산타 차림으로 거리에서 지역 아이들에게 간식 선물 2500개를 나눴다. 소강석 목사는 “아기 예수의 사랑과 정신은 사회의 낮은 곳을 향한다. 또 예수 그리스도는 항상 자신을 비우시고 나누시는 섬김을 이어가셨다”며 “성탄절은 교인들만 누리는 축제를 넘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축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어려운 아이들에게 성탄 선물을 전하는 사역도 눈길을 끈다.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지난 8일까지 ‘OCC선물상자’ 모으기에 동참했다. OCC선물상자 사역은 NGO단체 사마리안퍼스가 30여년간 이어온 성탄 선물 나눔 사역으로 몽골 필리핀 우크라이나 등 175개국 어린이들에게 장난감과 학용품이 담긴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하는 사역이다.
이밖에 경북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와 경기도 고양 예수인교회(민찬기 목사)는 성탄절을 즈음해 취약계층 이웃들과 ‘사랑의 쌀’을 나눈다.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는 탈북민 미혼모 외국인 유학생 등에게 성탄 나눔 상자를 선물하고,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는 노숙인과 중증장애인들에게 전달할 ‘축복상자’를 연말에 전달할 계획이다.


겨울밤 거리를 밝히다






신길교회가 신길역 일대에 설치한 성탄트리와 LED 터널. 신길교회 제공



크리스마스트리로 지역사회의 겨울밤을 밝히는 교회들도 적지 않다. 서울 신길교회(이기용 목사)는 2018년부터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광장 일대에서 성탄 축하의 불을 켜오고 있다. 교회가 설치하는 성탄 트리와 LED 터널은 연말연시 시민들이 찾는 문화명소, 포토존이 됐다. 교회는 약 7000만원을 들여 지난달 트리 점등식을 진행했다. 이기용 목사는 “8년 전 신길교회에 부임했을 때 신길역을 보면서 주변 경관이 너무 어둡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크리스마스트리로 지역사회를 환하게 밝혀보기로 했다. 신길역 트리가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 위로와 소망의 빛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도 지역 주민들을 위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연말마다 설치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엔 전기봉사부를 중심으로 노원문화의거리에 성탄 트리를 설치했고, 서울 노원구 인덕대학교 교정 세 곳에도 크리스마스트리 설치를 지원했다.



지역사회 성탄트리 작업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남긴 서울광염교회 교인들. 서울광염교회 제공


경기도 고양 하나로교회는 최근 십자가 디퓨저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기독 기업 ‘온오퍼’의 후원으로 개척교회 30곳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물했다. 하나로교회 역시 예배당 건물 없이 30명이 가정집에서 예배를 드리는 2년차 개척교회다. 이 교회를 개척한 박숭걸(40) 전도사는 “어려운 상황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꿋꿋이 목회하는 교회를 감당하는 교회를 돕고 싶었다”며 “모든 교회가 예수님 탄생을 기념하며 아름다운 트리로 함께 기뻐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박 전도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엔 3일 만에 성도 수 40명 미만의 개척교회 200여곳이 사연을 보내왔다고 한다. 애초 30곳만 뽑으려 했지만, 박 전도사는 교인들의 동의를 구해 교회 10곳을 추가 선정했다고 했다. 박 전도사는 “주소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감격해 우시는 목사님도 계셨고, ‘개척교회가 개척교회를 돕는 거냐’며 놀라시며 답례로 간식을 보내주기도 했다. 서로 돕는 마음에 함께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주의 종과 동행하는 성탄






파송 선교사 선물을 포장하는 오륜교회 실업인선교회 성도들. 오륜교회 제공



서울 오륜교회(주경훈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선교사들과 성탄의 기쁨을 나눈다. 교회 실업인선교회가 협력 선교사 가정에 보내는 ‘사랑의 선물’을 통해서다. 교회는 올해 선교사 가정 55곳에 김자반 침향단 라면 쌈장 등을 담은 성탄 기념 택배를 지난 4일 국제우편(EMS)로 발송했다.

영국 헝가리 등 한국과 멀리 떨어진 국가로 택배를 보내는 만큼 사역 예산은 선물비보다 배송비에 좀 더 치우쳐 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 우간다로 보낸 택배가 국내로 반송되는 변수도 적지 않다. 실업인선교회 사무국장인 신동한 집사는 “비용만 따지면 합리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다”면서도 “선교사님을 기억하고 응원하는 사역은 값을 매길 수 없다. 선교사님들이 교인들의 작은 섬김을 통해 예수님의 위로를 얻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륜교회는 오는 29일까지 파송 선교사 후원을 위한 수익 사업도 펼친다. 교회 미술 동아리 회원들이 만든 도자기 소품과 크리스마스 선물이 판매되고, 수익금 전액은 선교사 후원금에 사용될 예정이다.
서울 꽃재교회(김성복 목사)는 미자립교회 목회자 자녀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교회는 ‘산타가 되어주세요’ 사역을 통해 내년 초중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목회자 자녀들에게 20만원 상당의 유명 브랜드 책가방을 선물한다. 교회 사회봉사 사역을 맡고 있는 전현정 목사는 “부모님이 작은교회 목회자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주눅 들지 않길 바랐다”며 “크리스마스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그 어느 때보다 넉넉히 누리는 날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현성 박윤서 손동준 신은정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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