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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심각한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물론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잇달아 올해 1%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어서다. 수출 증가율 둔화와 내수 부진 장기화 국면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등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하방 리스크로 줄줄이 하향 조정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구원투수로 나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의 어깨는 무겁다. 가뜩이나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탄핵심판 등 정치적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경제의 리스크를 제거해 나가야 하는 처지다. 정부는 일단 전체 예산의 68%를 상반기에 집행하며 내수 침체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국회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 속 별내신도시 미분양 에서 정치적 선택에 내몰리고 있는 터라 거대야당과의 관계가 껄끄럽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6일 한산한 서울 명동거리 ⓒ시사저널 이종현


여섯 번째 1%대 성장률 기정사실화
1월7일 국제금융센터에 신한은행 주택청약종합저축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해 11월 말 1.8%에서 12월 말 1.7%로 0.1%포인트 낮아졌다.
이번 IB 평균은 한국은행 전망을 0.2%포인트 밑돈다. 정부가 지난 2일 내놓은 전망치(1.8%)보다도 낮다. 특히 JP모건은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한 달 뉴환승론 사이 1.3%로 대폭 낮춰 잡았다.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 가운데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JP모건은 "수출이 견조한 반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정치·정책 불확실성으로 급락하는 등 내수부문이 취약한 상황이며, 당분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예상보다 부진한 내수 회복이 향후에도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카드 앞서 정부는 1월2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전망치(2.2%)보다 0.4%포인트나 내려 잡았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주력업종 경쟁 심화,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통상정책 등 수출 하방 요인과 소비·설비투자 완만한 개선, 건설투자 부진 지속 등을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1% 별내택지개발지구 대 성장률은 이례적인 수치다. 1980년 이후 한국의 성장률이 2%를 밑돈 해는 2차 오일쇼크가 터진 1980년(-1.6%),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0.8%),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0.7%)과 2023년(1.4%) 등 다섯 번 뿐이다.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내수는 이미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수입물가 상승에 비상계엄과 탄핵, 항공 참사 등 정치·사회적 악재가 겹치며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급락했다. 이 같은 하락 폭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컸다.
불안한 경제 전망에 자본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5거래일 연속 1470원대에서 마감했다. 지난해 12월27일엔 장중 한때 1486.7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금융위기 때였던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15년9개월 만에 최고치다. 다만 1월7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 관세 공약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소식에 1450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물량도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안심하긴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국내 정치 혼란 등 여전히 원화 약세를 압박하는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이후 1500원 돌파 가능성이 아직 잠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환 헤지는 환율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단기 변동성을 줄이는 수단"이라며 "환 헤지 물량이 소화됐다는 소식이 나오면 다시 경계감이 풀리면서 다른 변수에 따라 환율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6일 뉴욕시장에서 거래된 5년물 한국 CDS 프리미엄은 38.62bp(1bp=0.01%p)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직전인 지난해 12월2일엔 34.08bp였으나 한 달 만에 4.5bp 이상 올랐다.
CDS는 기업이나 국가의 파산 위험 자체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으로, 국가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채권 발행 기관·국가의 신용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높아진다. 지난 한 달 동안 미국(+0.32bp), 일본(-0.71bp), 영국(+0.07bp) 등 주요국의 CDS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 프랑스처럼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12월14일 62년 만의 정부 해산 사태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는 그리스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Aa2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1월6일 "프랑스 재정 셧다운 상황 이후에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을 보면 냉정한 국제 시각에 자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해외 기관에 긍정적인 신뢰를 주는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국회 도움 없는 경기 부양?…고심 더하는 사령탑
대통령 권한대행과 함께 경제사령탑을 겸임하고 있는 최상목 권한대행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모든 부처는 민생경제 회복에 필요한 사업 예산을 즉시 집행하고, 소비‧건설·관광·지역경기 등 내수 회복 대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상반기 내수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공공부문 가용재원 18조원을 동원하고, 상반기 신속집행도 역대 최고 수준인 67%까지 높인다고 밝혔다. 민생·경기 분야 85조원 규모의 사업은 상반기 중 70%를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권한대행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언급하고 나섰다. 지난 3일 '중소기업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그는 △중소‧중견기업 대상 임시투자세액공제 도입 △시설투자에 대한 가속상각 특례 신설 △영세소상공인 대상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2배 인상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 상향 등을 지원할 뜻을 밝혔다.
지원책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국회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1분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최 권한대행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국회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 부양책이 적시에 공급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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