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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이윤기 기자]
책을 펼치기도 전에 첫 번째 의문이 생겼다. '어글리 뷰티'. 책 제목이 뭐 이런가 싶다.
그런 나의 의문은 서문을 펼치면서 금세 '아하'하는 감탄사로 바뀌었다. 책 제목에는 저자의 건축 철학이 담겨 있었다. 흔히 우리들은 '아름다운 건축물'- 세밀한 디테일, 세련된 입면, 균형 잡힌 비례 등 - 에 감동하지만, 사람들의 삶과 함께 공존하는 쓸모 있는 투박한 건물에 담긴 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되면 새로운 시선으로 공간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금융시장규모 ▲ 박진석이 쓴 <어글리 뷰티> 겉표지
ⓒ 문장
<어글리 뷰티>는 거친 철판과 낡은 벽돌로 둘러싸인 언뜻
상가중계수수료 투박하고 낡고 못생긴 것처럼 보이는 공간들이지만, 그 안에 담긴 서사를 이해하고, 그 속에 스며있는 사람들의 삶과 켜켜이 쌓인 시간에 주목하다 보면 살아 있는 존재로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건축의 아름다움은 외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어떻게 사용되고, 일상에서 어떤 감동을 주는지에 있다"는 것이다.
건
새마을금고햇살론대출자격 축가 박진석의 <어글리 뷰티>는, 25년 전 영국 런던에서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의 강연에서 외형적인 아름다움에 집착하지 않는 건축 철학에서 받은 감동과 충격에서 시작되었다.
"건축을 하면서 아름답지 않은 건물도 용기 있게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건물이 정말로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비
제일은행저축은행 록 못생겨 보일지라도 그 본질을 세울 용기가 필요하다." (저자 서문 중에서)
아름답지 않아도 쓸모 있는 건축, 언뜻 못생겨 보이지만, 앉아보고, 바라보고, 걸어보는 동안 그 공간에 깊이 스며들었을 때,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건물들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쓸모
제2금융권전세대출금리 를 채워준 공간들이며, 저자는 무심코 지나친 이 공간들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해군진해교회를 비롯하여 모두 스물 한 곳의 건물과 길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16곳은 행정구역상 경남에 속해 있어,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찾아가 볼 수 있는 건물과 장소들이다. 나머지 다섯은 저자가 공부했던 영국에 있는 곳이지만 다행히 함께 소개하는 우리나라 건물과 장소들을 통해 그 느낌을 짐작할만하다.
저자의 건축 철학, 아름다운 것이 다는 아니다
저자는 신과 시간의 교차라는 첫 장에서 해군진해교회와 남해성당, 그리고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양덕성당, 그리고 영국 첼시 병영안에 있는 개리슨 성당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 박진석은 해군진해교회를 통해 고전적 종교의 상징인 십자가를 현대 건축 기술로 결합해 낸 아름다움에 주목해 볼 것을 추천한다.
남해성당을 통해 권위적인 엄숙함을 대신하는 단순한 조형과 자연과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모습에 주목해 볼 것을 권한다.
마산 양덕성당에서는 기단부 벽돌의 거친 질감과 미세한 차이에서 이름 없는 현장 노동자들의 정성과 헌신에서 비롯된 성서로움을 눈여겨보라고 권한다. 단순한 예배당이 아니라 공업도시 마산 노동자 공동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라고 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통해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사례, 과거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다시 쓰이고 있는 개리슨 성당을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가 "오래된 건축물에 감동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가 호흡하는 것이 공간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저자는 자신이 직접 본 가장 아름다운 지붕으로 포르투갈 리스본 엑스포 주제관을 꼽는다. 알바루 시자라는 건축가의 작품인데, "지지하는 기둥 하나 없이 하늘에 천을 펼쳐놓은 듯 떠 있는 지붕"이 하늘과 지붕이 이어진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혀 다른 감동을 만날 수 있는 지붕으로 경남 창원 구, 동남전시관 트러스 지붕을 소개한다. 높은 천장을 가진 이 건물 트러스는 용접 기능공들이 손용접으로 만든 작품으로 공업도시 창원을 상징하는 중요한 역사적 '오브제'라는 것이다. 지금은 커피숍으로 변신한 이 건물 천장을 다음엔 눈여겨보게 될 듯하다.
이 책에는 김수근의 양덕성당, 김중업의 경남문화예술회관, 정기용의 김해 기적의 도서관, 그리고 승효상의 제정구 커뮤니티 센터와 같은 유명 건축가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기능을 바꿔 시민들을 새롭게 만나고 있는 경남도지사 관사, 진해보태가, 남해돌창고, 마산시내버스 차고지와 같은 건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미 익숙한 장소이지만, 꼭 다시 가서 저자의 시선을 빌어 다시 보고 싶은 곳들이다.
박물관과 카페가 사람들과 뒤섞인 런던의 엑시비션 로드와 같이 소개하고 있는 아름다운 남해안길, 77번 국도와 노팅힐 언덕, 고대 역사와 다국적 문화가 어우러진 김해종로길, 그리고 꼼지락꼼지락 구도심을 새롭게 바꾸는 창원 소리단길은 모두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들이다.
하지만, 독자로서 이 책에서 가장 반가운 장소는 저자가 직접 참여해 새로운 공동체 주거 공간을 만들어 낸, '완월 달빛 다방'이다.
서울 성미산에서 시작된 <소행주>나 북한산 자락의 <구름정원 사람들> 못지않은 훌륭한 '주택협동조합' 사례라고 생각한다. 완월 달빛 다방은 2015년 정부의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선정되었는데, 저자 박진석 교수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오지랖'을 부린 사례를 고해하고 있다.
어느 쪽방촌 할머니의 평생소원... '주민공동체'의 의미
작가는 여느 집들처럼 도면을 그리고 건물을 짓도록 할 수도 있었겠지만, 도심 한복판에 샤워부스도 화장실도 없는 집에서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였다.
▲ 완월 달빛 사회적주택 준공식
ⓒ 조정림
"남향집에서 한 번 살아 보는 것이 평생소원"이라는 할머니의 간절한 바람을 담고, 일본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머물던 쪽방촌 역사를 올곧게 담아내면서 김장과 수박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열려 있고 소통 가능한 집을 설계했다고 한다.
"영국에서 공동주택을 설계할 때 건축 외형으로 인한 사회적 차별을 줄이는 방법을 배웠고, 이를 적용해 건물의 색과 재질, 벽돌 쌓기 방식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다채로운 느낌을 주었다. 소위 '너네집 후져 보인다'를 없앨 수 있는 방법에 골몰했다."(본문 중에서)
남향집에 살고 싶은 바람을 담았을 뿐만 아니라 이웃들이 서로의 안위를 알아챌 수 있고 서로 돌볼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를 고려하였으며, 심지어 훗날 리모델링까지 고려하여 설계된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낡은 목조주택에서 나온 오래된 목재는 사회적 주택의 사랑방인 '완월 달빛 다방'의 인테리어 자재로 재활용하여 쪽방촌의 100년의 역사를 스토리로 되살렸다. 건축은 그 차체로 이야기이며, 사회변화를 일으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저장의 말에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도시재생 사업의 총괄계획가 또는 건축가로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 왔다. 지난 여러 정부들이 도시재생을 내걸고 숱한 자원을 쏟아부었지만, 주민들이 만족해하는 성공사례는 많지 않으며 심지어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곳이 부지기수다. 저자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잡상인을 내쫓고 성공으로 나아가려면 핵심은 '주민공동체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공동체는 지역 공간을 살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로 이 일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완월달빛 다방과 사회적 주택에 거주하는 열 분의 입주자들, 그들과 함께하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함께 발을 담그고 손을 맞잡았기 때문에 보기 드문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간은 도면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찾는 안목과 도전으로 만들어진다"라고 강조한다. 책을 읽다 보면 독자들도 영국 왕립건축사의 안목과 도전을 빌어 내 삶터 가까이에 있는 '어글리 뷰티'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