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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심지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월 1일 열린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에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 구금하겠다라는 그런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거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이 최고위원과 수석최고위원에 이어 당대표까지 나서서 ‘계엄령 괴담 빌드업’에 휴직자대출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다음 날인 9월 2일 한동훈 대표는 “맞다면 심각한 것 아니냐. 근거를 제시해달라. 차차 알게 될 것이라는 건 너무 무책임한 얘기다. 그건 일종의 ‘내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얘기랑 같다”고 맞받았다. 같은 날 대통령실도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며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빙글리 있을지 몰라도 저희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며 선을 넘어선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야당발 계염설을 두고 정치권에 거센 논란이 일었다. 언론들도 반응이 갈렸다. A언론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령 괴담’이라고 분석했고, B언론은 ‘정치적 예방주사 성격 주장’이라고 해석했다.
3개월이 지난 12월 3일 오후 10시 24 제일은행수수료면제 분께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야당발 계엄설이 현실화 된 것이다. 한국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26 사건(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45년 만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계엄 선포다. 모든 국민이 놀라움에 경악했고 실시간으로 계엄군이 투입되는 상황은 유투버들에 의해 생중계 되면서 온 나라가 발칵 외환 하나 뒤집어졌다.
국회는 이튿날 4일 오전 1시 10분경 긴급 본회의를 열어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했다. 재석 190석 중 찬성 190표로 만장일치 가결됐다. 이후 오전 4시 30분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계엄해제안을 의결해 6시간 만에 계엄 사태가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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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첩사령관, 체포 대상 위치 추적 요청”




그러나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선포요건 미비부터 계엄군의 국회 진입, 정치인 체포 등의 무력 행위가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친위 구데타’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을 비롯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비상계엄 핵심 관계자들이 내란죄로 고발돼 정국이 격동에 휩싸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계엄 지휘관 3인방 가운데 실질적인 위헌적 계엄군의 무력 행위를 주도한 방첩사령관이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본인에게 직접 지시했고 방첩사령부가 구체적인 체포 대상 명단도 전달했다고 밝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이 직접 계엄군 무력 행위를 국가정보원이 지원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홍 전 1차장은 이어 윤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여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달하면서 “뭘 도와주면 되냐”고 하자 여 방첩사령관이 ”일단 국회는 경찰을 통해 봉쇄하고 있다”며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된다”며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여 방첩사령관은 이들에 대해 “1차·2차로 축차적으로 검거해 방첩사 내 시설에 구금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고, 홍 전 1차장은 “미친 X이구나”,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체포 대상자 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수석최고위원·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유튜버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김민웅 촛불승리전환행동 상임대표, 노총위원장 등으로 알려졌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국군기무사령부(국군방첩사령부 전신)가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밝혀져 전방위적 수사에 받았다. 민군 합동으로 검사 30여 명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단이 104일간 전현직 군 주요 직위자 200여 명을 조사했다. 다만 이 사건으로 ‘내란 음모’로 기소된 사람은 없었지만, 수십 여 명이 군 형법 위반으로 기소돼 실형을 받았다.

당시 이 사건과 함께 ‘사이버 댓글 공작 의혹’, ‘세월호 유가족 사찰 사건’ 등 이른바 ‘기무사 3대 사건’으로 잇따라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다. 결국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2018년 12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검찰의 수사와 별도로 기무사를 해편(解編)했다. 기무사를 ‘해체에 준하는 수준으로 근본적으로 재편한다’는 뜻에서 나온 표현이다. 기무사가 해편되면서 부대 정원의 30%에 달하는 1200명이 감축됐다. 국방부 방침에 따라 장교·부사관 약 750명이 방출됐다. 병까지 포함해 1200명이 육·해·공군 등 야전으로 방출됐다.
1200명이 감축돼 원대 복귀한 이후 원대 복귀자 2명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는 이 때를 ‘계엄령 시즌1’라고 부르며 기무사가 핵심 역할을 한 ‘적폐’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군내 방첩·군사기밀 보안, 정보수집 등을 담당하는 한국군의 ‘방패’인 기무사령부가 사실상 와해로 내몰린 이후 7년이 지난 2024년 국군방첩사령부는 제2의 잔혹사를 쓰게 될 상황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편된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 2022년 11월 1일 국군방첩사령부로 새롭게 거듭났지만 또다시 ‘계엄령 시즌2’ 중심에 서게 돼 적폐로 지목되면서 존폐가 위협받는 처지인 것이다.






기무사 계엄 문건 참고 포고령 작성 의혹


계엄 지휘관 3인방 가장 적극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여 전 방첩사령관은 7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기자들과 만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방첩사 활동과 관련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위기 상황에 군인들은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기 상황이니까 1분, 2분, 10분, 20분 사이에 파바박 돌아가면 해야 할 일이 진짜 많다”며 “저희는 내려온 명령을 '맞나 틀리나' 따지기가 쉽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 방첩사령관은 ‘정치인 등을 체포하란 명령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고 “당시에 제가 (계엄 선포 시)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이 되게 계획돼 있다”며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고 밝혀 방첩사가 주도적 역할에 대해 부인하지는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방첩사가 곳곳에서 요원들이 활동한 행적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닌 야당의 의혹 제기 수준이다. 다만 분명한 것을 방첩사 요원들이 계엄 선포 이후에 빠른 시간에 주요 장소에 배치됐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에 배포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는 김 전 국방부 장관이 여 전 방첩사령관에게 지시해 작성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여 전 방첩사령관은 방첩사 장교들에게 포고령 1호 작성을 시켰고, 장교들은 지난 2018년 기무사 계엄 문건을 참고해 포고령을 작성한 것으로 것이다.
또 방첩사가 사전에 계엄을 준비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며 강제수사를 촉구했다. 야당은 제보에 따르면 방첩사는 최소 11월 30일 전에 ‘계엄사-합수본 운영 참고자료’를 만들어 여 전 방첩사령관에게 보고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참고자료에는 ‘계엄선포’, ‘계엄사령관·계엄사령부’, ‘합동수사기구’, ‘기타 고려사항’(계엄, 통합방위 동시 발령시) 등 4가지 주제에 대해 각각의 법령 체계와 주요 쟁점사항에 대해 기술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고 야당은 밝혔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여 전 방첩사령관은 사전에 계엄을 전혀 알지 못했고, 비상계엄 포고령도 직접 작성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왼쪽)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용 국정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첩사가 ‘계엄령 시즌2’에 또다시 중심에 선 배경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실질적으로 병력을 움직인 김 전 국방부 장관과 김 전 장관이 대통령실경호처장 재직 시절 당시 한남동 공관 모임 멤버이자 군내 주류라는 ‘충암파’(충암고 출신)로 분류되는 윤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인 여인형 육군 중장이 군 핵심 보직인 방첩사령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군 안팎의 의혹의 눈초리가 받았는데, 실제로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깊이 관여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비상계엄 당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한 계엄 지휘관 3인방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이 내려진 후 계엄 지휘관들 중에 핵심으로 꼽히는 군정보수사기관인 국군방첩사령관 직무대리에 또다시 육사 출신을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 직무대리는 각각 육군3사관학교 출신과 학사장교 출신으로 교체했지만, 방첩사령관 직무대리만 육사 출신을 그대로 임명했다.
이경민 방첩사령관 직무대리는 육사 50기 출신으로 올해 하반기 장성 인사에서 소장 5차 임기제로 진급했다. 현 보직은 방첩사 참모장으로 여 전 방첩사령관에 이어 2인자 자리를 맡고 있다. 방첩사 보안처장(준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방첩사령관 직무대리인 이경민 참모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가 내려지기 1시간 이전에 여 전 방첩사령관 집무실에서 열린 야간 수뇌부 회의에 참석해 사실상 비상계엄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간 수뇌부 회의에는 여 전 방첩사령관과 서열 2위 이경민 참모장 그리고 정성우 1처장인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사가 다시는 계엄령 시즌에 결부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사실 장담하긴 힘들다. 그 이유는 방첩사라는 군 내의 위상 때문이다. 군내 방첩·군사기밀 보안, 정보수집 등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기에 군통수권자 입장에서는 군을 완벽하게 장악하려면 방첩사의 현재 기능이 모두 필요한 게 사실이다.






국방경비대 육군정보처 특별조사과 시초


국군방첩사령부가 새롭게 거듭나길 바라면서 연혁을 살펴봤다.

1948년 5월 조선국방경비대 육군정보처 내에 대공(對共) 업무를 전담하는 특별조사과가 설치된 것이 그 시초다. 그해 11월 특별조사대로 바뀐 뒤 이듬해 10월 육군본부 정보국 방첩대로 개편돼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간첩 체포 및 부정부패 색출을 맡았다. 6·25전쟁이 터지면서 육군본부 직할 특무부대로 독립해 공비 소탕 임무까지 담당하게 됐다.
이후 1960년 7월 육군 방첩부대로 바뀐 이후 베트남 파병과 1·21 북한 기습사건 진압 등에도 앞장서며 군수사정보기관으로 위상을 다졌다. 1968년 9월 육군보안사령부로 개칭하면서 군내 보안 지원과 방첩 작전, 군내 첩보 수집이라는 기능의 틀을 갖췄다.
1977년 해·공군 관련 기능을 통합해 국군보안사령부로 확대된다. 하지만 보안사는 1979년 전두환 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는 기반이 되면서 군 뿐만 아니라 정부 권력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의 민간인 사찰 폭로 파문이 커지자 다음 해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변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이 공개돼 기무사가 정치적 적폐가 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또다시 2018년 9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이름을 바꿨다. 문 정부는 힘을 빼는 차원에서 보안·정보 지원 쪽만 담당하게 체질을 개선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선 인원은 그대로지만 기무사 시절의 기능을 부활해 국군방첩사령부로 새롭게 출발했지만 2년 만에 위헌적 계엄 사태에 관여하며 다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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