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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다. 미 정부, 더구나 현직 대통령이 북한을 이렇게 부른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30년간 한반도에서 한미 양국이 공유해온 최우선 목표인 비핵화가 최대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우리 정부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핵 보유를 공식 인정한 5개국'(nuclear weapon sta
장학금대출재단 te·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과는 다른 의미라며 진화에 나섰다. 용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빅딜'보다 북한과의 '스몰딜'(핵 군축이나 동결)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관계 변화에 따라 비핵화 논의가 얼마나 요동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 무이자할부 취임식을 마친 뒤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면서 “나도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뉴클리어 파워”라며 “(김정은은)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 능력을 이례적으로 인정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호의를
경춘선 드러내며 사실상 향후 핵 이슈를 북한과 직접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반면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층 선명해진 '워싱턴의 시각'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해 9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물질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
청약통장 점수 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이로써 워싱턴의 대북 인식은 한층 선명해졌다. 앞서 14일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언급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후보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던 마코
법정이자율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같은 취지의 발언이 잇따랐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바이든 정부 4년 동안 좋아진 게 없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비핵화보다 비확산에 초점을 맞춘 발언들"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둔 13일 국회 정보위에 “미국이 단기간 내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작은 규모의 협상, ‘스몰 딜’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스몰 딜에 그친다면 한반도가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미끼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핵 군축은 상대가 핵을 가졌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는데, (트럼프의 발언은) 김정은과의 소통 채널을 복원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좌불안석 정부 "북한 비핵화 지속 추진돼야"
조태열(왼쪽) 외교부 장관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 대미 공조를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비핵화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원칙”이라며 "NPT상 북한은 절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지속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한창이라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를 먼저 거론하며 뒤흔들어도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국면으로 바뀌더라도 한미 정상외교를 올 상반기 안에 가동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사이 북미 접촉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다면 '한국 패싱'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
김영수 서강대 명예교수는 "원래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오면 우리의 상수와 미국의 변수를 맞추지만, 이번엔 우리 선택지가 아예 없어진 셈"이라며 "한국의 대미정책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이 아무것도 없는 초유의 경험"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김 교수는 "조급해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 파악 등 할 수 있는 일들을 선행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