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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의 섬 제주, 새롭게 만나다

제주도는 세계유산위원회의 만장일치로 유네스코 3관왕(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사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명소다. 또한 최근 익스피디아그룹 호텔스닷컴이 여행객들의 여행 동기와 목적지를 전망 항공사 순위 하는 연례 보고서 <언팩 25>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여행 올 때 가장 많이 찾는 지역으로 제주도가 꼽혔다. 한 달 살기 플랫폼 리브애니웨어의 2024년 1분기 예약자 기준, 국내에서 장기 여행으로 가장 많이 떠나는 지역 역시 ‘제주도’로 확인됐다.

오랜만에 찾은 제주국제공항은 가족여행부터 수학여행, 친구나 연 국민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인들의 들뜬 모습과 제주 여행의 기대감으로 채워져 있었다. 제주만큼이나 웰니스(wellness: 인간의 삶에 중요한 모든 영역이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와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이번 여행은 제주관광공사에서 마련한 ‘2024-2027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지 투어’의 일환으로 제주에서 제대로 쉬는 경험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휴식과 재충전을 경험할 수 있는 금융시장규모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었다.



드넓은 목장에서 즐기는 천연 염색

여행의 시작은 한라산 중산간 지대에 위치한 성이시돌목장이었다.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가 1954년 제주도에 온 뒤 자립이 필요한 제주도민을 위해 만든 목 전세자금대출상품 장으로 한때 100만 마리에 가까웠던 면양과 동양 최대 돼지 목장, 치즈·우유공장, 수천 마리의 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젖소, 한우, 경주마를 사육하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성이시돌목장은 맛있는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우유부단’이 떠오르겠지만 오늘의 방문 목적은 특별한 웰니스 경험을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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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초원 위,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이 있는 언덕 위에 놓인 멋진 테이블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2024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지 ‘웰니스커뮤니티’에 선정된 씬오브제주(Scene of Jeju)에서 스튜디오가 아닌 목장에서의 천연 염색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 테이블 위에는 계절에 어울리는 나뭇잎들과 오가닉 에코 백이 준비됐고, 강보람 대표의 안내에 따라 별다른 과정 없이 적당한 나뭇잎으로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디자인한 염색물을 찌는 동안 손종률 목장장의 안내로 성이시돌목장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목장의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되는 성이시돌센터 방문과 목장의 걷기 좋은 길 등을 둘러보며 푸른 하늘과 초록의 자연, 평화로운 동물이 주는 위로의 순간을 경험했다. 함께했던 이들 모두 천연 염색, 그것도 목장에서의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염색물을 펼쳐 보았다. 꽃잎과는 다르게 염색 시 명확하게 나뭇잎의 형태가 드러나기 때문에 동일한 에코 백이 주어졌음에도 모두가 다른 디자인의 염색 결과물이 완성됐다.



염색을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당장의 걱정이나 조바심 없이 새로운 배움에 대한 기대가 주는 즐거움 덕분에 여행지에서의 체험이 웰니스의 한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됐다.  

MINI INTERVIEW




성이시돌목장 손종률 목장장

성이시돌 목장은 스페인 성인이자 농민들의 수호성인인 성 이시도르의 이름을 딴 목장입니다. 목장 안에 있는 천주교 제주교구 금악성당, 삼뫼소 은총의 동산 등 가톨릭 성지도 많은 이들이 찾고 있으며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무료로 개방돼 있습니다.

높은 지대에 위치하다 보니 하늘과 맞닿은 멋진 풍경을 방목하고 있는 말과 소, 양들과 함께 즐기기 좋습니다. 우유부단 아이스크림만 먹고 바로 이동하기보다 목장 곳곳을 여유롭게 산책하고 계절의 변화를 만끽하길 바랍니다.



강보람 씬오브제주 대표

‘하와이에는 하와이안 셔츠가 있는데 우리 제주에는 왜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처음 시작한 일이 지금의 씬오브제주를 있게 한 것 같아요. 제주 하면 떠오르는 갈옷부터 공부하기 시작했고, 제주의 나무와 꽃을 활용하는 천연 염색의 매력에 빠졌죠. 올해 처음으로 웰니스 관광 인증지에 선정되고 나서 좋은 일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성이시돌목장에서 진행한 야외 천연 염색은 함께했던 분들 모두 아이처럼 즐거워해 저도 기뻤답니다. 앞으로도 애월읍 금성리에 있는 씬오브제주 스튜디오뿐 아니라 목장, 오름, 바닷가, 리조트 등 제주의 특별한 웰니스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겠습니다.



제주의 맛과 향, 멋을 음미하는 찻자리

목장 초원 위에서 천연 염색 체험을 하고 목장 산책길에 제주 바람을 마주했더니 따끈한 차가 생각났다. 예로부터 물 맑기로 이름난 회수동에 자리 잡은 제주 로컬 티 하우스로 향했다. 회수다옥(回水茶屋)은 한자 이름대로 물이 돌아 흐른다는 옛 지명 도래물로 불릴 만큼 좋은 물로 끓이고 우려낸 제주 차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회수다옥 역시 2024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지 ‘웰니스커뮤니티’에 선정됐는데, 차를 통해 고요한 명상을 즐기거나 여럿이 함께 차를 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조용한 숲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오롯이 회수다옥의 낮은 찻집이 작은 숲에 둘러싸여 자리한다. 회수다옥의 시그너처 프로그램인 제주 프리미엄 티 맡김차림을 경험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의 매력에 흠뻑 취하고, 제주의 식자재에 반하고, 한 시간 남짓 되는 찻자리가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제주의 물과 바람이 키우고, 제주 농부가 정성으로 거둔 다양한 회수다옥의 차는 서귀포시 성읍리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생태다원 차암숲과 아라 꽃밭에서 재배하고 만든다. 또한 다양한 차와 다식이 담긴 다구는 제주 태생 도예가 제주 옹기마을의 김성실 작가와 아라도예 김수현 작가의 작품으로 화산 옹기토를 손으로 빚어 돌가마에 구워낸 수전과 퇴수기 등이 회수다옥 차의 품격을 더한다.  



일명 티마카세라고도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곳의 티 맡김차림으로 무화과잎차와 제주푸른콩두유, 현미들깨가래떡을 시작으로 하늘눈물, 진피홍차, 제주덖음차, 목련꽃차와 각각 어울리는 제주당근란, 제주녹두란, 제주감귤정과, 무정과, 오메기떡, 제주용과를 마시고 맛보았다.
마지막으로 각 차의 특징이나 맛, 음용법까지 세심하게 안내해준 팽주가 내주는 유자단자까지 즐길 수 있었다. 계절이나 시기에 딱 맞도록 구성된 다양한 차를 경험할 수 있어 오롯이 차에 집중하는 다도 시간을 통해 현대인이 ‘차 명상’을 즐기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MINI INTERVIEW







회수다옥 서경애 대표

지금의 회수다옥 자리는 본래 부모님이 살며 건너편 탐라대학교 학생들에게 하숙을 제공했던 곳입니다. 오랜 시간 식음료 관련 홍보 대행사를 운영하며 서울에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제게도 힐링의 시간과 웰니스를 경험할 공간이 필요했어요. 워낙에 물 좋기로 이름난 곳이니 좋은 물로 제주에서 나고 자란 차를 즐기는 공간, 차와 함께 눈으로도 맛으로도 먹을 수 있는 다과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요.

올해 처음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지에 선정돼 앞으로는 해외 홍보도 강화해 외국인들에게 제주의 차 문화, 한국의 뛰어난 차 원재료와 어울리는 다식을 알리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제주의 정수가 담긴 차 한잔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웰니스의 순간을 회수다옥에서 즐기길 바랍니다.
선셋 요가부터 선라이즈 러닝까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인 잠자리. 이번 제주 여행이 기대됐던 이유 중 하나로 새롭게 리뉴얼된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의 리조트동 숙박이 있었다. 성산일출봉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향해 있는 표선에 위치한 해비치 호텔&리조트는 개장 20주년을 맞아 올해 5월 리조트동을 전면 리뉴얼해 프리미엄 리조트로 완벽히 변신했다. 전 객실 모두 거실과 침실 공간이 분리된 특급 호텔 스위트급으로 업그레이드됐으며, 표선 바다의 풍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가 딸려 있어 내일 아침 해가 뜨는 모습이 기대됐다.  




객실과 주변 풍경 감상 이후 요가 수업에 참석하기위해 잔디밭으로 모였다. 2024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지 ‘힐링·명상’ 분야에 선정된 만큼 이곳의 웰니스 프로그램은 이미 투숙객들 사이에서 인기다.
그중에서도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바닷가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선셋 요가는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바다를 배경으로 너른 잔디 위에서 요가와 명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야외에서, 그것도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운영되다 보니 정규 프로그램은 4월부터 10월까지만 진행하는데,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수업은 그래서 더 특별했다.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따뜻한 티타임이 리조트동 VIP 공간인 ‘모루 라운지’에서 진행됐는데, 숨겨진 별실에는 최우람 작가의 키네틱 아트 작품 ‘우나 루미노 캘리더스 스피리투스’가 전시돼 있었다. 모든 조명을 끄고 마치 대나무 숲의 바람 소리, 혹은 바닷가의 파도 소리 같은 작품의 움직임을 감상하니 하루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또한 성인 고객에 한해 이용할 수 있는 리조트 야외 수영장은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는데, 사계절 온수풀로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저쿠지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기에 좋았다. ‘진정한 휴식, 숙면의 섬 제주’라는 웰니스 제주 캠페인처럼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의 밤은 그야말로 완벽한 충전을 선물했다.



다음날 아침, 개운해진 몸과 마음으로 미리 신청해둔 웰니스 프로그램에 나섰다. 상쾌한 아침을 여는 ‘선라이즈 런’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바이크 라이딩’을 선택할 수 있는데 바닷길 따라 나 있는 제주올레길 4코스의 일부를 경험해볼 수 있어 더욱 즐거웠다.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의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은 해당 혜택이 포함된 패키지 예약 시 사전 신청 후 이용할 수 있다.



토종 동백이 내주는 숨 쉬는 숲

이번 제주 웰니스 여행의 마지막 여정인 서귀포시 남원읍에 자리한 작은 마을 신흥2리로 향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돌담 너머 흐드러진 귤나무들이 반겨줬는데, 이 마을의 이름은 다름 아닌 ‘동백마을’이다. 제주도에서도 귤 맛있기로 소문난 남원인데 ‘동백’이라니, 그리고 이제 막 꽃망울을 올리고 있는 동백나무를 보니 사진 찍기 좋은 여느 동백꽃과는 달랐다.




“300년 전 이 마을에 처음 정착한 이가 방풍림용으로 심었던 토종 동백이 군락을 이뤄 작은 숲이 됐고, 지금도 이 마을에는 유일하게 씨앗을 기름 내어 먹을 수 있는 토종 동백나무가 많답니다.” 최혜연 동백고장보전연구회 사무국장은 이 마을에서는 토종 동백꽃과 동백 씨앗이 너무 흔해 몰라보는 보물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제주에서 많이 보이는 빼곡하고 화려하게 피어나는 동백은 대부분 관상용으로 개량된 애기동백인데, 이 마을에서는 약용 효과가 있는 토종 동백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신흥2리 동백마을 역시 2024 제주 웰니스 관광 인증지 ‘웰니스커뮤니티’에 선정됐다.






마을을 알리고, 토종 동백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만든 동백고장보전연구회는 마을 내 동백마을방앗간을 운영하고, 마을 어르신들이 채취한 동백 씨앗을 수매한다고. 신흥2리 동백마을 여성의 공동체 정신과 리더십이 유엔 관광청 공식 SNS 홍보 채널에 소개되기도 했다.
단순히 제주의 마을 자원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제주의 최우수 관광 마을 중 하나로 선정됐고, 유엔관광청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식관광포럼에서 제주 미식 관광 사례로 소개됐다. 갓 짠 동백기름은 처음 먹어봤는데, 고소한 견과류 맛과 은은한 꽃향기가 더해져 그 어떤 맛과도 차별이 됐다.



손수 차려주신 동백비빔밥 한 상 차림. 동백비빔밥에 갓 내린 따뜻한 동백기름을 듬뿍 넣어 먹으라는 마을 어르신 말씀에 한껏 신이 났다. 가까운 마을에서 공수한 제주돼지 돔베고기와 늙은호박전도 입에 딱 맞았다. 동백기름으로 만드는 고사리파스타 쿠킹 클래스도 있고, 동백오일을 활용한 비누·화장품 만들기도 인기다.  



토종 동백은 겨울의 정점인 1월부터 3월 초봄까지 만개하고, 질 땐 꽃 자체가 툭 떨어진다. 신흥2리 동백마을에 붉은 동백 주단이 깔리는 때쯤 다시 한번 찾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는 동백나무 숲에서 고요한 명상을 하고, 제주 곳곳을 여행하며 제주가 주는 위로를 만끽해보려 한다.

MINI INTERVIEW




오동정 동백고장보전연구회 회장

이곳 신흥2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서 마을의 변화가 정말 반갑답니다. 마을 안쪽에 오래되고 아담한 숲이 있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이랑 숲에서 놀곤 했는데, 그 숲을 가득 채운 것이 오래된 동백나무들이었죠. 동백나무 군락지가 1973년 제주도 기념물 제27호로 지정됐고, 2007년 마을 탄생 300년을 맞아 (사)동백고장보전연구회를 만들었어요. 그해에 토종 동백나무 300그루를 마을에 심으면서 사유지였던 군락지를 공유화했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마을의 새로운 정체성을 위해 노력하면서 마을 방앗간도 신축하고 동백기름을 팔아 수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수익을 마을 발전 기금과 동백고장보전연구회 사업비로 적립하고 있어요. 동백마을은 평소엔 조용한 마을 같지만 동백꽃이 피기 전에는 동백 씨앗을 채취하느라 바쁘고, 동백꽃이 피면 마을을 찾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감귤 농장들이 바쁘게 돌아가죠. 언제든 제주동백마을에 놀러 오세요. 갓 내린 고소한 동백기름도 맛볼 수 있고, 동백기름 제품도 구입할 수 있고, 300년 된 토종 동백 숲에서의 충만한 웰니스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에디터 : 서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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